성과급 n억을 받으면 정말 행복할까?
- "돈이 최고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셋이다: 없는 사람, 체념한 사람, 가졌지만 못 쓰는 사람.
- 셋 다 돈을 삶으로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돈은 도구가 못 되고 목적지로 남는다.
- 그래서 그들은 돈 고민을 놓지 못한다. 해결하고 싶다면서도, 그 고민이 사라지면 살아갈 이유를 잃을 사람들처럼.
eigen knot(아이겐 노트) 유튜브는 일요일 8시에 업로드 됩니다
"돈이 최고다."
이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중에,
재산이 50억을 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간혹 있긴 하다.
가졌으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
그런데 들여다보면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은 현재의 삶을 철저히 절제하며,
오로지 자산을 불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돈은 많지만 돈을 쓰며 살지는 않는다.
가진 액수만 다를 뿐, 돈에 매여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래서 이 말은 돈에 대한 진술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거는 주문에 가깝다.
주문은 세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
지금 당장 돈이 없는 사람
그에게 돈은 철학이 아니라 압박이다.
월세, 병원비, 카드값.
돈이 없으면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매일 몸으로 안다.
그가 "돈이 최고다"라고 말할 때,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그 말을 자꾸 되뇌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그 압박 안에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가질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
보통 못 가지면 깎아내린다.
"돈이 다가 아니야."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반대로 떠받든다.
가질 수 없을수록,
돈은 모든 결핍을 한 번에 설명해주는
단 하나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것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자꾸 밀려나는 것도,
전부 돈 때문이었다고 믿으면 차라리 견딜 만하다.
그렇게 돈은 닿을 수 없는 자리에서 최고가 된다.
가졌지만 현재를 끊임없이 희생하는 사람
앞에서 말한 그 예외들이다.
좋은 차를 타도 즐거워하지 않고,
여행을 가도 쉬지 못하고,
비싼 음식 앞에서 맛보다 가격을 먼저 본다.
돈은 쌓이는데 삶은 넓어지지 않는다.
그에게 돈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것이다.
세 사람은 처지가 전혀 다르다.
그런데 "돈이 최고다"라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
한 가지를 시험해볼 수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돈 문제 말고,
또 어떤 고민이 있으세요?
대개 말문이 턱 막힌다.
잠시 뒤에 나오는 답은
건강, 자녀, 취미... 같은 것들이다.
틀린 답은 아니다.
다만 그중 어느 것도
자기 내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말이 아니다.
어디서 누가 꺼내도 어색하지 않을,
통념적인 문장들이 겉돌 뿐이다.
돈이 최고라는 말은
그래서 순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돈 말고는 자기 안에서
또렷하게 잡히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자리들이 비어 있으니,
돈이 그 빈자리를 전부 차지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까?
흥미롭게도 꼭 그렇지는 않다.
진짜 표지는 고민의 크기가 아니라,
고민이 줄어들 때 드러난다.
빚이 정리되고 통장에 여유가 생기면
보통은 한숨을 돌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며칠 안에
새로운 부족을 찾아낸다.
더 큰 집, 더 늦어진 노후, 더 앞서 있는 누군가.
걱정이 사라지려는 자리에
곧바로 다른 걱정을 채워 넣는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걱정할 돈 문제였던 셈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 고민이 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고통이 가짜라는 뜻이 아니다.
진짜인 그 고통이,
동시에 더 깊은 질문을 막아준다는 뜻이다.
돈이 없다는 사실이
풀리지 않는 모든 막막함에
같은 이름표를 붙여주기 때문이다.
답이 없는 자리마다 똑같이 적힌다.
돈.

가질 수 없다고 믿는 사람도 같은 안도를 얻는다.
그에게는 '없다'가 아니라
'닿을 수 없다'가 면죄부가 된다.
닿을 수 없는 것 앞에서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돈이 있는 사람은 위를 본다.
나보다 가진 사람이 넘치고 넘친다며,
그 고민을 끝끝내 놓지 않는다.
충분히 가졌는데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근거는
언제나 위쪽에 있다.
절대평가가 먹히지 않으면
상대평가를 가져오면 그만이니까.
결국 가졌든 못 가졌든 닿지 못하든,
그들은 모두 '돈 고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 고민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사라지면 살아갈 이유를 잃을 사람들처럼.
빈자리를 들여다보는 일보다,
돈을 걱정하는 편이 견디기 쉽다.
그래서 걱정은 풀리지 않은 채로 곁에 남는다.
그것이 매일 자신에게 거는 그 주문의 진짜 기능이다.
그리고 주문은 결국 이루어진다.
미뤄둔 현재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돈이 최고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그 말을 자꾸 해야 하는 사람은,
돈 말고 다른 것을 물었을 때
가장 오래 침묵하는 사람이다.
진짜로 무언가를 누리는 사람은
그것이 최고라고 매일 외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처럼.
그러니 '돈, 돈, 돈' 그 말이 입에 자주 맴돈다면,
그건 돈에 대한 욕망이 아니다.
돈 말고는 아직 할 줄 아는 말이 없다는 뜻이다.
참고
소득과 행복의 관계는 합의된 사실이 아니라 논쟁의 역사에 가깝다. Kahneman과 Deaton(2010)은 정서적 안녕이 연 7.5만 달러 부근에서 정체된다고 보았지만, Killingsworth(2021)는 그 위로도 안녕이 계속 상승한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 입장은 2023년 세 연구자(Killingsworth, Kahneman, Mellers)의 적대적 협업에서 부분적으로 화해했다. 대체로는 소득이 오를수록 안녕도 함께 오르되, 이미 불행한 소수에게서는 그 효과가 정체된다는 결론이었다. 돈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비례도, 단순한 무관도 아니다. 남에게 쓴 돈이 자신에게 쓴 돈보다 행복을 더 키운다는 결과는 Dunn, Aknin, Norton(2008)에서 보고되었다.
- Kahneman, D., & Deaton, A.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PNAS.
- Killingsworth, M. A. (2021). Experienced well-being rises with income, even above $75,000 per year. PNAS.
- Killingsworth, M. A., Kahneman, D., & Mellers, B. (2023). Income and emotional well-being: A conflict resolved. PNAS.
- Dunn, E. W., Aknin, L. B., & Norton, M. I. (2008). Spending money on others promotes happiness.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