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만 명이 멈춰 있다: '몰랐음' 청년의 결핍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
- '쉬었음'과 '준비 중'은 행동의 묘사다, 그들의 내면을 질문해야 한다.
- 청년 실업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이다
- '모름'이란 결핍이지만, 아무거나 해도 되는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들은 '몰랐음' 청년이다
준비 상태일 뿐이라는 격려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2026년 1월,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마디 했다.
"앞으로 '쉬었음' 청년을 '준비 중' 청년으로 부르겠습니다."
이름을 바꾸면 문제가 바뀔까?
71만 7,000명.
2025년 기준, 20~30대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의 수다.
일하지 않는 청년 숫자가
코로나가 경제를 멈춰 세웠던 2021년보다 많다.
사회는 이들을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본다.
행동으로 정의하고, 상태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 시선에는 핵심이 누락되어 있다.
"그들은 왜 멈춰 있는가?"
청년들은 막연히 놀고 먹지 않는다.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 — 77.2%.
삶에서 일이 중요하다 — 84.6%.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그 상태가 불안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건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이들은 쉬고 있는 게 아니다.
멈춰 있는 것이다.
'쉬었음'이라는 말은 관찰자의 언어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
일하지 않고 있다는 상태만을 담은 말이다.
'준비 중'이라는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쉬고 있다는 수동적인 의미를
준비한다는 능동적인 느낌으로 바꾸자는 의도는 알겠다.
그러나 방향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그런 이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명해서 팔자를 바꾸란 말을 정부가 하는 꼴이다.
"당신은 지금 준비 중입니다."
이건 위로를 가장한 말,
그 속에는 준비를 하라는 압박마저 느껴진다.
필요한 건 다른 이름이 아니다.
새로운 시선이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
행동이 아니라 내면을 묻는 것이다.
'몰랐음' 청년이 된 이유
부모도 모르고, 선생도 모르고, 사회도 모른다.
모름이 가득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멍하게 쳐다보는 중이다
그들이 모르는 이유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그들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이 취업 시장의 최강자라고 불렸던 게 불과 2~3년 전이다.
부모가 권했고, 학교가 권했고, 사회가 권했다.
그러나 졸업 직전에 풍경이 바뀌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취업률은
2023년 83.8%에서
2025년 72.6%로 떨어졌다.
충북대는
65.9%에서
44.4%로 급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직 신입 채용 비율은
2년 만에 53.5%에서 37.4%로 줄었다.
사회가 찍어준 내비게이션을 따랐는데,
도착할 즈음 목적지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어른들도 이 변화를 겪어본 적이 없다.
참고할 선례가 없다.
청년만 모르는 게 아니다.
부모도 모르고, 선생도 모르고, 사회도 모른다.
모름이 가득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는 중이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는 청년에게 '왜 모르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학 졸업장이 무의미해지고,
취업 공식도 전부 바뀌었다.
AI? 바이브코딩? 크리에이터?
모든 게 물음표 투성이다.
그래서 멈춘다.
틀릴까 봐가 아니라,
모름을 다루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따라서 그들을 부르는 정확한 용어는
'몰랐음' 청년이다.
쉬고 있는 게 아니라, 몰라서 멈춰 있는 것이다.
'몰라서 멈춤'을 '모르는 자유'로 바꾼다는 것
이들이 기업경영에 대해서 문외한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을 솔직히
그리고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쌍한 CEO들의 달걀세우기> - 최영익, 법무법인 넥서스 대표변호사
아기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입에 가져다 대는 이유는
그 물건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에 입에 가져다 댈 용기가 있는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건 누구도 정답을 쥐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몰랐음'이 멈춤의 이유였다면,
'몰랐음'이 움직임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는 게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아무거나 해도 된다.
따라야 할 길이 없다는 건,
아무 길이나 가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다 실패하면 어떤가?
자고로 '닥치는대로 덤벼보는 맛'이
청년만 출입이 가능한 맛집의 베스트 메뉴다.
'모름'은 결핍이자 기회이다.
둘 중 무엇으로 인식할지는
해석자의 마음에 달려있을 뿐이다.